칼럼
September 19, 2026

나는 왜 늘 다른 사람에게 맞추며 살까?|나를 지켜주는 힘에 대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느라 내 감정과 생각을 뒤로 미루고 있나요? 상처만 바라보지 않고, 지금까지 나를 지켜온 보호요인과 지지체계를 함께 살펴봅니다.

누군가에게 싫다는 말을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도 상대방의 마음부터 생각합니다.
결정을 해야 할 때도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맞추며 살까?”

서초해맑음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며 살아온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분들을 만날 때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정말 그 사람이 원래부터 자기주장이 약한 사람일까요?

아니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살아오는 법을 배운 것은 아닐까요?

살아남기 위해 배운 방식이, 지금의 나를 힘들게 할 때

어린 시절 가족 안에서 큰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이 있습니다.

가까운 가족에게 의지하며 성장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신의 감정보다 주변 사람의 상황을 먼저 살피는 데 익숙했습니다.

현재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웠고, 불안이 올라오면 몸의 긴장이나 두근거림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가까운 가족관계의 변화까지 경험하면서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상처를 찾게 됩니다.

“어릴 때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된 것이다.”

물론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나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 사람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또 하나의 질문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이 사람을 지금까지 살아오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에게는 상처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상담에서 보호요인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요인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나를 걱정해주는 한 사람일 수도 있고,
내가 책임지고 있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 자체가 하나의 자원일 수도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 끌려온 결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발견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것도 있었고,
내가 결정한 것도 있었고,
내가 지켜온 것도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 눈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충분히 잘해왔어요”라고 말해주는 것과,

내가 내 삶을 돌아보며

“나도 내 삶을 위해 무언가를 해왔구나.”

라고 스스로 발견하는 것은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지지체계가 필요합니다

힘든 시기를 지날 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만이 아닙니다.

지지체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지체계가 반드시 가족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일 수도 있고, 배우자일 수도 있고,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상담자와의 안전한 관계가 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주변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내가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가.

내 감정을 이야기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내가 나답게 있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지체계를 찾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계속 의존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배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부터

자기주장을 잘한다는 것은 말을 세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무엇이 불편한지 알아차리고,
필요할 때 그것을 상대에게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주장을 연습한다는 것은 단순히 “싫어요”,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연습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먼저,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이 질문 자체가 낯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문제의 발견’만이 아닙니다

상담에서는 어려움을 살펴봅니다.

불안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지,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 사람 안에 이미 있는 힘을 발견하는 것.

나를 지켜온 경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

지금까지 내가 해낸 선택.

그리고 앞으로 내가 새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

저는 상담이 결국 이 모든 것을 함께 발견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처가 있다는 것은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닙니다.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힘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무엇이 그 사람을 버티게 했는지도 함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사례를 바라볼 때 이런 질문을 하나 더 남겨두려고 합니다.

“이 사람에게 무엇이 부족한가?”가 아니라,
“이 사람을 지금까지 지켜온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회복은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초해맑음에서는 어려움만을 빠르게 찾아내기보다, 한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견디고 선택해왔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이해하는 것과 그 사람의 힘을 발견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 아닙니다.

과거의 어려움을 충분히 바라보면서도, 그 안에서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는 보호요인과 지지체계를 함께 발견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변화를 시작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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